매너리즘에 빠진 리스너
최근에 친구에게 '음악을 듣는 귀가 퇴화한 것 같다'는 요지의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퇴화라는 표현을 쓰지 않았지만 정확히 어떤 표현이었는지도 기억이 안 난다. 무감해진 것 같았다. 무슨 좋다는 노래를 들어도 진심 좋다는 생각이 드는 게 별로 없었다. 최근 반년간 반복해 들었던 (듣고 싶었던) 노래가 세곡인데, 세일러문 오프닝을 재즈로 편곡한 거랑, 사이먼 페그와 닉 프로스트가 라디오에서 반장난 삼아 커버한 겟럭키랑, 월즈엔드 OST인 위스키바였다. 공통적으로 예전 노래이다. 최근 노래를 안 찾아 들은 것도 있지만 들려오는 최근 노래 중 딱히 좋은 것도 없었다. 음악을 적극적으로 들어야겠다는 의무감은 갖고 있지는 않으나 없는 의무감에도 부담을 느낀 적이 있었다.
선물용 음반을 사기 위해 오랜만에 신촌에 들렀다. 언제였나 쾅프로그램 1집이 나왔다는 이야기를 듣고 사러가기로 마음 먹은 후 첫 방문이다. 다른 이를 위한 음반사 방문에 덤처럼 얹어진 내 음반 구입이라니... 그래서 신촌으로 걷는 중에도 살까말까 고민을 했다. 왜냐면 1집 수록곡이 뭔지도 모르겠고 한번도 들려온 적이 없었으니까! 찾아볼 열정은 없지만 ep의 단순 연장선상일수도 있으니까! 그리고 도착한 음반사에서는 엄청 쾅프로그램같은 비지엠이 나오고 있었다. 일단 자켓이라도 볼 생각에 코너를 스캔하는데... 쾅프로그램같은 비지는 그냥 쾅프로그램이었다.ㅋㅋㅋ 보컬과 베이스부가 유난히 강조된 채 강력한 볼륨으로 들려오니 오랜만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결국 찾아 듣지 않은 책임이다. 내 귀는 잘못이 없다. 좋은 노래는 숨어 있고 내 지갑이 썰렁한 게 잘못이다.
그래서 지금 재생중인데... 내가 들었던 트랙이 지금 나오고 있다. 7번트랙 후반부부터 8번트랙 초반까지였다. 그런데 그 파워가 안 나넼ㅋㅋㅋ 이큐를 조정해야 하나.... 볼륨이 너무 작나? 야 이거 반전을 거듭하네..... 그 비지엠이 쾅프로그램이 아니었낰?ㅋㅋㅋㅋㅋ 귀의 매너리즘은 그리 쉽게 타파될 문제는 아닐 것 같다 어쩜 매너리즘 따위가 아니라, 지금까지가 타성에 젖어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원래 나는 음악 조또 모르는 사람인거지 그냥 들려오는 음악이나 듣고 살아야짘ㅋㅋㅋ 문화를 엔터테인먼트로 소비하는 수동적인 대중이 될 거다
혹시나 해서 다시 듣는데 그 비지엠은 1번트랙이었던 것 같다...? 에라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