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일기

찌는듯한 더위

서울소녀회 2014. 8. 1. 22:11

34도라는 말도 있었고, 36도라는 말도 있었다.

하지만 난 긴팔 블라우스를 입고 출근했다. 2009년에 지옥과도 같은 여름을 츠쿠바에서 보낸 후로 덥다고는 생각하지만 더워서 죽겠다, 한발짝도 못 움직이겠다 생각하는 빈도는 줄어들었다. 그냥.. 견딘다. 더워도.

 

긴팔 블라우스를 입은 이유가 있다. 오늘 바뀐 보스의 첫 출근일이니 복장에 신경을 쓰라는 팀장님 말씀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건 상당히 까다로운 일이다. 또각거리는 굽은 시끄럽다. 플랫이나 단화. 하지만 정장 바지나 면바지가 없다. 그럼 원피스나 스커트. 원피스가 다 요란한 꽃무늬 뿐이다. 스커트. 그럼 플랫. 이제 상의를... 이건 엊그제 입었다. 이건 안에 넣어입으면 부담스럽다. 그래서 결정된 게 저 블라우스였다. 첫인사드리는 날이니 이정도 더위는 참을만 했다. 어차피 실내는 추워서 이 위에 다시 가디건을 입어야하기도 하고.

 

문제는, 앞으로도 이렇게 입고 신으라는, 정확히는 티셔츠와 운동화와 청바지를 착용하지 말라는 말씀. 음... 

이 업종은 세간의 상식과는 달리 육체노동이 많아서 단정하기만 하면 편한 복장이 용인되는 편이었다.

저 세개의 조합을 입지 말라는 건지, 아니면 아이템 하나하나가 다 금지인건지. 큰일이다. 
여름은 원래 굿즈 티셔츠로 나는 계절이 아니었던가... 별러왔던 흰색 피케티를 질러야겠다. 3개월 할부로!

복장에 대한 지령을 하달받고나니 갑자기 맥이 탁 풀려서 오늘은 신나게 월급루팡짓을 했다. 사기가 바닥까지 떨어졌다.

뭐, 한달쯤 지나면 느슨해지고 그러다 한방 어디서 지뢰가 뽷 터지고 다시 쪼여졌다가 어느새 또 느슨해지겠지.

 

오후에 건강검진 결과가 도착했는데 재작년과 별 다를 바가 없었다. 

HDL 콜레스테롤이 정상범위 B라서 지금처럼 살다보면 중장년이 되어 고지혈증이나 협심증이 올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그거랑은 별개로 키가 자라서 기쁘다. 내후년에 쟀을 때 또 키가 자라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