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cite 2004년 인터뷰


- 4월에 메이저 데뷔를 달성하고 7개월이 지났네요. 현재 심경은?
시무라   레코딩을 거듭하는 동안 점차 정리되는 부분이 있는가 하면 새롭게 과제를 발견하는 부분도 있네요. 

- 특히 변한 부분이 있나요?
시무라   글쎄요. 점점 말하지 않아도 알게 되는 부분이 생기네~ 그런 느낌이에요. 
야마우치   곡을 녹음할 때마다 성장이나 변화같은 게 저희들 사이에 새로운 부분으로 더해지는 것 같긴 한데, 저희들끼리는 잘 모르겠어요. 다만 저희들끼리 깨달은거라면 역시 말로 어떻게 해보려는 것들이 사라진 걸까요.
시무라   기타 야마우치랑 드럼 아다치가 밴드에 들어온 게 올해 1월인데, 처음에는 다른 점들도 여럿 있었거든요. 예를 들면 좋아하는 사운드 색이라던가. 하지만 요새는 서로 앰프를 빌려주거나 기타 토론을 하는 상태에요. 
야마우치   가까워졌죠. 
시무라   맞아, 가까워진 느낌. 오히려 너무 가까워져서 큰일인데. 뭐, 드럼은 별로 그런 거 같지 않지만(웃음)
아다치   그러게요~(웃음) 그래도 사생활에서 그냥 대화하는 동안에 서로 취향을 알게 됐어요. 
카토   지금 멤버로 반년 가까이 해오면서 멤버들 모두가 서로 양보하게 됐어요. 그러니 말로 하지 않아도 되는 부분같은 게 늘어났죠. 




- 멤버들의 유대감이 강해졌다는 거군요. 그럼 갓 완성된 첫앨범 '후지패브릭'에 대해 들어볼까요? 언제부터 구상했나요?

시무라.  언제부터였었지? 뭐, 올해 내로 내고싶다는 얘기는 상당히 옛날부터 했었어요. 

- 혹시 싱글 제1탄 '벚꽃의 계절'을 만들었을 무렵엔 이미 전체적인 모습이 예상됐다던가. 
시무라.  아뇨, 전혀 생각하지 않았어요. 싱글 한장한장을 잘 만드자는 게 기본 모토였기 때문에. 

- 그럼 앨범 제작에 대해 멤버들끼리 얘기한건?
시무라   기합넣고 제대로 하자고...... 역시 처음 내는 데뷔앨범이기도 하고. 하지만 저는 처음이라던가 그런 걸 그렇게까지 의식하지 않았어요... 다만 쿵쾅대는 록으로 만들자는 얘기는 했어요. 곡에 관해선 자연스럽게 저절로 완성되는 흐름에 맡기고. 전체 밸런스를 고려하려고 했지만 여러가지를 고민하는 사이 결국 그런 건 불가능하다고 판명났기 때문에. 그래서 자연스럽게 완성되는 걸 녹음하자는 게 됐죠. 

- 이 곡들은 어떤 식으로 만들어졌나요?
시무라   싱글 레코딩 중에 만들어진 곡이 있는가 하면 투어 중 라이브가 끝나고 호텔에서 돌아와 바로 쓴 것도 있고. 그 뒤에 만든 곡을 멤버들에게 들려주면서 스튜디오에서 편곡해나갔어요. 


- 완성해보니 어떤 앨범인 것 같아요?
아다치   그야말로 록킹한 앨범! 서로 알게된지 1년도 지나지 않은 거잖아요. 레코딩 기간이 지나가는 동안에 점점 알게 되는 부분도 많아서요. 저한테는 아주 큰 의미를 갖는 작품이에요. 여태까지의 싱글에 비해 서로 알게되었다는 느낌이 들어요.



카토   싱글 3장을 거쳐 큰 것 하나가 만들어졌기 때문에, 이 시점에서의 후지패브릭의 현재가 담겨 있다고 생각해요. 


야마우치   굉장한 풍부한 다양성을 가지면서도 체계가 잡힌 작품이 된 것 같아요. 

카나자와   다 만들고 보니, 끝났다~ 라기보다는 여기서 시작이구나, 라고 생각했어요. 아무래도 인디시절에 낸 앨범과는 다르죠. 예전엔 이미 있던 곡에 대한 사운드조합이랄까, 그런 부분들이 꽤 있었지만 이번에는 곡을 만들면서 지금의 있는 그대로를 녹음해나갔어요. 앨범 제작을 시작하기 전과 끝낸 후의 밴드의 결속력이 전혀 다르고, 그런 의미에서 시작하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으려나.

야마우치   그 말대로에요. 집대성이라기보다는 이제부터 스타트라는 느낌. 제가 듣고싶은 앨범을 만들 수 있어서 기뻤어요. 하지만 냉정히 듣기는 좀 힘들었어요. 최근에 들어보니 제 CD인데도 찡하고 울리는 부분이 있었고 거기에 의표를 찔려서, 좋았어요. 스스로 말하기는 뭐하지만 그런 앨범은 별로 없는 것 같아요. 

- 시무라군은 어떤 작품이 된 거 같아요?
시무라   제가 말하고 싶던 걸 전부 멤버들이 말해버렸어요(웃음)

- 그럼 멜로디/라인이나 편곡면에서 고민했던 건?
시무라   글쎄요~ 아까 말한 거랑 똑같은데, 고민해봤자 소용없다고 판명나서, 그냥 잘 해보자는 느낌이었네요. 

- 인디시절 기타는 시무라군 뿐이었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야마우치군도 있고, 트윈기타가 되면서 여러가지가 가능해지지 않았어요?
시무라   기타를 혼자서 전부 안 쳐도 되니까 보컬녹음같은 걸 더 즐길 수 있게 됐어요. 오히려 멤버가 늘어나면서 여러가지로 바리에이션이 넓어지는데 체계를 잡는 데 고생을 했달까.... 그러니까, 리듬부도 포함해서 각자 따로 놀지 않게 자주 연습했어요. 

- 기타 야마우치군과 드럼 아다치군이 멤버로 들어오면서 음악적으로 영향을 받은 건?

시무라   제가 들어본 적 없는 음악 CD를 두사람에게 빌리거나, 연주나 편곡면에서 생각한 적 없던 제안을 해주기도 해서 신선한 사운드가 많이 생겼죠. 그래서 이번 앨범에도 가득 채워넣었어요. 

- 이어서 각각의 곡에 대해 자세히 들어보고 싶은데요. 첫번째 곡으로는 싱글 제1탄이었던 '벚꽃의 계절'의 앨범 버전이 수록되었네요. 
시무라   라이브를 하는 동안 작년에 녹음한 싱글버전이 점점 더 좋게 변화했어요. 리듬이 더 깊어지거나 그런 부분들이요. 앨범을 만든다면 그런 부분들을 1년 전의 사운드 말고 다시 녹음하고 싶다고 말했어요. 그래서 싱글 당시에는 여러가지 이펙트처리를 했었는데, 앨범버젼에서는 그렇게까지 하지 않았어요. 핵심은 라이브에서 하던 것처럼 하고싶다는 거였죠. 

야마우치   싱글은 싱글대로 좋았지만 시무라군이 가지고 있는 코어가 드러나는 건 앨범버전이 더 가까워요. 그렇게 된 건 라이브를 하는 동안 곡 해석이나 흐름을 타는 방법이 멤버들 사이에서 착 맞아떨어진 덕분이 아닐까 해요. 앨범에 들어간 것도 결코 훌륭한 연주는 아니지만, 곡에서 나타내고 싶은 흐름이나, 그런 것들을 표현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시무라   하지만 싱글은 싱글대로 지금의 멤버로 첫 레코딩이었으니까, 여러모로 시작하는 느낌이 나요. 그런 처음이라는 분위기가 재미있다고 생각해요. 

- 두번째 곡 'TAIFU'는 새로 쓴 곡이죠. 이 곡은 어떻게 완성되었나요?
시무라   역시 후지패브릭도 좀더 센 곡이 필요하겠다고 생각해서요. 알기 쉬운 빠른 템포곡이 있는 것도 좋겠다고. 그러다, 빠른 곡을 만들고싶다고 생각하고 있다가 스튜디오에서 뾰롱 완성됐어요. 이 곡에서는 후지패브릭의 어그레시브한 면을 즐겨주시면 좋겠어요.

카나자와   굉장히 좋아하는 곡이라 듣고 있기만 해도 즐거워지구요. 라이브로 해도 즐겁게 호응할 수 있는 곡이라고 생각해요. 연주 중에는 손을 혹사시켜요. 사실은 처음에 다른 악기로 할 예정이었는데 여러가지를 시험해보다가 최종적으로는 오르간을 쓰게 됐어요.

- 세번째 곡은 싱글 제2탄 '아지랑이(陽炎)'. 새삼 앨범으로 다시 듣게 되니 어떻던가요?
카토   싱글과 같은 버전이지만 앨범으로 들으니 색다른 분위기가 느껴졌어요.
시무라   앨범 흐름 속에서 상당히 중요한 곡이거든요. 그러니까 싱글로도 나온거고.

- 네번째 곡 '쫓아라 쫓아라(追ってけ追ってけ)'는 인디음반 '아라모드'에 수록되었던 곡이죠.
시무라   네. 이 곡을 프로듀서 아키타 카타요세씨(Great3)와 함께 해보면 엄청나질 것 같아서. 그래서 이번에 새롭게 해보게 되었어요.
 
- 인디시절과 비교해서 더 두터운 사운드가 나온 듯한...
시무라   그렇죠. 특히 베이스가 봉봉거려요.
카토   이 곡을 녹음하기 전에 조금 덥스텝스럽게 가자고 하길래, 그렇다면 베이스는 봉봉거리게 하라는 의미이기도 하니까요.
야마우치   인디시절의 곡은 당연히 기타가 한대뿐이었으니까 필연적으로 기타가 추가된 느낌이 있는데요, 그렇게까지 극단적으로 잔뜩 넣는 건 싫어서요. 이전의 헐렁한 상태가 좋다고 생각해서 에센스 부분에서 곡의 매력을 끌어낼 수 있게 어깨에 힘을 빼고 연주했습니다.

다이스케   오르간은 이전과 같은 종류지만 당시의 오르간을 쓰지는 않았어요. 그리고, 오래된 거라 약간 튜닝이 풀려있어요 (웃음) 그걸 오케이 할지, 어떻게 할지 신경이 쓰여서 고민하다 결국 그걸로 완성시켰습니다. 뭐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있기 때문에 마음에 들어요.
시무라 여기저기 풀려 있는 점이 카나자와군다워서 좋죠 (웃음)

- 튜닝이 풀려있다는 건 눈치챘어요?
시무라   네.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노래부르기가 어려웠어요~ 원인은 카나자와군이었어요. 뭔가 이상한 일이 있으면 원인은 언제나 카나자와군이거든요 (웃음)

- 하지만 기백이 느껴져요. 그 다음에 등장하는 다섯번째 곡 '우치아게하나비(打ち上げ花火 *하늘로 쏘아 터트리는 불꽃놀이)'는 연주 전개가 흥미롭네요.
시무라   이 곡에서는 멤버 전원 클래식 록을 좋아하는다는 게 드러나요. 노래나 가사뿐만 아니라 연주를 통해 뒤쪽에 단편영화가 보일정도로 드라마틱한 전개를 만들고 싶었어요. 그래서 편곡면에 대해 여러모로 고민했죠.

- 가사가 적은만큼 후반의 긴 연주가 이어지고, 종반전에 훌륭한 사운드가 뛰쳐나오면서 마치 우치아게하나비가 쏘아지는 듯한 분위기를 즐길 수 있습니다. 그런 이미지로 연주한 건가요.
시무라   그렇죠. 멤버끼리 확인은 하지 않았지만.
야마우치   지금 시무라군이 말한대로 확인은 안 했지만, 믹스다운 때 종반 연주가 하나비같다고 느꼈어요. 이 연주는 데모를 녹음할 때 완성된 거라, 곡의 이미지를 이미 파악했던 점이 있어요. 레코딩에서 큼직하게 편곡한 부분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제 이미지는 데모 당시 그대로에요. 게다가 이번에 모든 곡을 하나 둘 셋~ 하고 (*라이브하듯) 녹음했거든요. 그러니까 앨범 전체가 늘 하고 있는 라이브의 음색에 가까운 것 같아요.
카토   이 곡은 변경사항이 제법 있었기 때문에 계속 고민하면서 했어요. 그런데 녹음 전에는 오히려 확인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재밌어진게 아닐까요.

- 그 다음 여섯번째 곡 'TOKYO MIDNIGHT'에서는 분위기가 급변하여, 톤을 낮춘 느낌의 다크한 보컬이 이상적입니다.

시무라  싱글 '아지랑이'를 들었던 사람은 깜짝 놀랄 곡이죠. 하지만 이것도 있는 그대로 불렀습니다. 사운드적으로는 오싹하고 정체를 알 수 없는 것이 어딘가에서부터 다가오는 이미지로. 가사로는 밤거리를 그렸습니다.
카나자와   이 곡이나 '우치아게하나비'는 처음 앨범녹음 시작단계에선 어떻게 될까 불안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오싹한 가운데 팝적인 요소도 갖추게 되어서 다행이에요.


- 일곱번째 곡 '꽃'은 어쿠스틱 기타를 특색으로 한 산뜻한 넘버에요.
야마우치 이 곡은 어쩌다보니 녹음해보자는 얘기가 되어서... 시무라군과 마주보고 연주했는데, 지금까지는 이런 식으로 녹음했던 적이 없었으니까 저희들에게도 뜻밖의 경험이었어요.

- 확실히 여태까지의 후지패브릭에게는 없었던 사운드지요. 전반부는 두 사람의 기타연주뿐이고.
시무라   네. 사실 이 멜로디와 가사 일부는 제가 고등학교를 졸업했을 무렵 쓴 것들이에요. 그래서 18, 19살 무렵의 기분이 담겨 있어요.

- 8번째 곡 '사보텐레코드'는 가요곡의 요소가 가득 담긴 사운드입니다.
시무라   이 곡은 팝으로 가겠다고 생각하고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세션같은 걸 해서 금방 완성시켰어요. 처음에는 납득할 수 없는 부분도 있었지만, 사비와 리듬을 도중에 변하게 하는 등의 작은 계기로 곡에 체계가 잡혔습니다. 덧붙여 이 리듬은 레코딩 도중에 만들어진 거에요.
아다치   저는 이 곡에서 정말 좋아하는 사운드를 낼 수 있었습니다!

- 9번째에는 최신싱글곡 '적황색 금목서'가 등장. 정말 좋은 곡이에요.
시무라   보컬 중심이 되는 곡은 들으면 들을수록 질리는 건가 했었는데, 이 곡은 어쩐지 몇번이나 듣게 되어버려요. 그리고 가을에 내는 곡이라 멜로디도 그럴싸한 게 만들어졌어요. 또, 가사를 쓸 때, 세상에서 가을을 모티브로 한 곡은 낙엽이 하늘하늘 흩날리는 모습이나 단풍 등 시각적으로 호소하거나, 조금 추워진다는 식으로 온도를 노래하는 게 많다고 생각했어요. 그럼 우린 뭘 할 수 있을까 고민할 때, 곡을 듣고 향기가 나는 듯 착각해버리는, 왠지 그런 기분이 들게 만들어버리는 가사를 쓸 수 없을까 생각했어요. 그래서 나온 게 금목서. 예를 들면 우메보시를 상상하기만 해도 침이 고이잖아요. 그 감각에 가까운 느낌으로 들어주고, 향기가 난다고 착각할 수 있는 곡을 만들 수 있으면 재미있을 거 같아서 만들었어요. 역시 이 곡은 밖을 걸을 때나 방의 창문을 열어두고 들으면 깊숙이 빠져들게 돼요. 그런 의미에서 여러가지 발견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 그리고 마지막은 차분한 계열인 '밤기차'로 마무리짓지요.
시무라   이런 미들템포 곡으로 끝내는 건 정석이잖아요. 그래서 저희는 피하려다가, 처음에 '벚꽃의 계절'로 쿵 들어와서 마지막에는 귀기울여 듣는 타입인 '밤기차'로 끝내기로... 뭔가 여운을 남긴채로 끝나는 듯한. 이 흐름이 좋다고 생각했어요. 이 '밤기차'는 이동 중에 들으면 좋을지도 몰라요. 전철이나 밤의 고속버스 안에서.

- 이런 곡이 모여 앨범 타이틀에는 밴드이름이 붙었는데요. 결정은 쉬웠나요?
시무라   아뇨, 굉장히 망설였어요. 예를 들어 'Songs' 등 여러 후보가 나왔었지만 썩 와닿지 않아서 최종적으로 심플하게 밴드이름만 붙이는 게 좋지 않겠냐는 얘기가 됐어요. 깊은 의미는 없긴 한데, 밴드이름을 붙일만한 앨범이 완성됐다고 느꼈던 걸지도.


- 그러고보니 이번 앨범을 메인으로 한 원맨 라이브도 결정되었죠. 어떤 라이브가 될 것 같아요?
시무라   하고 싶은 건 다양하게 있는데, 이번이 첫 원맨 라이브니까 저희 자신도 즐기려고 해요. 그리고 관객들도 즐겨주시면 좋겠어요.

- 그런데 배포지를 보니 내년 초에 싱글 제4탄, 겨울반이 발매된다던데요.
시무라   네. 바로 지금 제작중이에요. 겨울반은 다들 상상하는 '윈터 송'같은 건 아니고... 눈이 흩날린다던가,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내거나 하지는 않아요. 저희 나름의 새로운 솜씨를 드러내고 싶다고 생각해요. 스키장 슬로프에서 틀 것 같지는 않지만, 반대로 틀어준다면 웃기겠다고 생각할만한 게 완성되면 좋겠네요.

- 그럼 마지막으로 내년 목표를 들려주세요.
시무라   앨범 등 1장의 레코딩을 끝내고 나면 다음엔 더 멋지게 하자는 높은 이상을 꿈꾸게 되는데요, 내년에도 점점 이상을 꿈꾸고 싶습니다.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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