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오디오그램
시무라 마사히코 추모 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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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2월 24일, 후지패브릭의 시무라 마사히코 씨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습니다. 2009년 5월 발표된 앨범 'CHRONICLE'은 작사작곡은 물론 편곡부터 앨범의 이미지, 곡순에 이르기까지 전부가 시무라씨의 발상으로 만들어진, 넘쳐나는 재능을 쏟아부은 작품입니다. 유작이 된 'CHRONICLE' 인터뷰를 미발표사진과 함께 재구성했습니다. 추모의 뜻을 담아 전해드립니다.

Interview & Text Atsuo Nagahori
Photo Ryo Nakajima


후지패브릭 시무라 마사히코 인터뷰

-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에서의 레코딩은 어땠어요?
여성들에게서 무척 좋은 향기가 났습니다.

- (웃음)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여성들의 향기에요?!
저는 일본에서도 길을 걸을 때 좋은 향기가 나는 여성이 있으면 약간 가까이서 걷는 버릇이 있어요(쓴웃음) 그 향기가 뭔지 알고 싶어서 드럭스토어에 가서 샴푸나 린스같은 걸 확인해보는 일도 있고. 스톡홀름에서는 일본에서 유통되는 유명한 샴푸를 전혀 팔지 않았기 때문에 무슨 향기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여성들에게서 무척 좋은 향기가 났던 기억이 나네요. 그렇다고는 해도 호텔과 스튜디오를 오가는 거 말고는 별로 밖에 나오지 않았어요. 밴드 멤버들은 '스웨덴이니까 순록고기를 먹으러 가자'면서 순록고기를 먹으러 가기도 했지만.

- 그럼 시무라씨는 어떤 걸 먹었어요?
"이 작품을 만들때까지는 죽을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컨디션을 망치지 않도록 평소에 먹지 않는 건 절대로 먹지 않기로 했어요. 그래서 매일 세븐일레븐의 스키야키 도시락을 먹었습니다.





- 스톡홀름의 세븐일레븐에 스키야키 도시락이 있다는 것도 놀랍긴 한데, 새앨범 'CHRONICLE'에서는 확실히 '이 작품을 완성시킬 때까지 죽을 수 없다'할 만큼의 기백을 느꼈어요.
정말로요, 다 만들때까지는 죽을 수 없다는 사명감이 있었어요. 스톡홀름에서는 이 앨범에 관여한 전원이 '이 작품을 최고로 만들겠다'는 것밖에 생각하지 않았어요. 물론 인간이니까 생각이 달라서 부딪히는 일도 있었지만, "이 작품을 훌륭하게 만들겠다"는 분위기로 둘러싸인 현장이었고, 저도 "생각하던 걸 전부 말했다!"는 달성감도 있었고. 그러니까 어떤 의미에서는 이제 죽어도 괜찮아요. 생명 차원에서는 물론 죽어서는 안되지만, 후지패브릭 제1탄은 죽고, 지금의 후지패브릭은 다시 태어난 후지패브릭이라는 감각이 들어요.

- 앨범타이틀에 연대사나 역사를 뜻하는 'CHRONICLE'이라는 타이틀을 붙였는데요, 이 앨범까지 해서 하나의 역사가 끝났다는 이미지인가요?
아뇨, 3집째에 한 구간이 끝났고, 이번 네번째 앨범은 '이게 첫앨범입니다'라는 기합을 넣어 만들었어요. 후지패브릭으로서는 전부 처음 시작하는 자세로 여러가지에 임하고 싶다고 생각했거든요.



- 전작과 가장 다른 점은 전곡의 작사작곡을 시무라씨가 혼자서 도맡은 점이라고 보는데요, 이유가 무엇인가요?
세번째 앨범 'TEENAGER'는 야마우치군이나 카나자와군도 곡을 써서 밴드 멤버들이 다같이 만든 앨범이었죠. 그건 그것대로 한가지 방법으로서 좋지만, 밴드 멤버들에게 너무 의지하는 것도 안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한 사람의 음악인으로서, 저 혼자서 어디까지 가능할까를 생각하게 된 거에요. 그래서, 이 발언은 멤버들도 허용해 줄 거라고 생각하는데, 이번 앨범의 작사작곡은 물론 편곡도 거의 제가 다 했어요.

- 그렇다면 처음부터 앨범의 전체 이미지를 떠올렸던 거군요.
디테일한 부분은 모르겠지만 앨범의 분위기나 사운드의 이미지 같은 것들이 나와있었죠. 먼저 사운드적으로는 후지패브릭이 인디즈 시절부터 해왔던 '촌스러운데 멋있는 음악'이 아니라 전문적인 용어로 말하자면 "마샬 JM800에 깁슨 레스폴을 실드 한개만 연결한 듯한 음색'을 가진 앨범을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 굉장히 구체적이네요(웃음) 요컨대 일그러진 기타 소리를 긁어내듯 울리는 록 앨범이라는 거죠.
맞아요. 다들 후지패브릭을 두고, 꽤 자유자재로 변화하면서 사운드도 다채롭게 모습을 바꾸는 재미있는 밴드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것 같은데요, 그런 건 3집까지 만들었었으니까, 이번에는 후지패브릭다움을 부숴버리자는 데서 시작했어요. 기타도 제법 일그러져있지만, 거기에다가 1부터 10까지 있는 기타앰프의 노브를, 지금까지는 2정도로 돌려서 왁자지껄하게 내던 사운드를 이번에는 완전 맥스로 10! 이라는 느낌으로. 그러니까 제 이미지는... 부끄럽지만, 우는 법이 없던 남자가 울면서, 그러면서도 웃으면서 '어쩔 수 없지, 살아보자'는 생각을 록큰롤이라는 도구를 써서 다 쏟아내는 느낌이죠.


- 가사는 그야말로 시무라씨의 속내를 그대로 솔직하게 토로한 내용이네요.
작년 봄에 앞으로의 활동을 어떻게 할지 고민하다 끝내는 6월 한달 내내 휴가를 받았거든요. 그 때, '나는 이른바 폼나는, 뽀대나는 록은 안 맞는다'고 느꼈어요. 그래서 굉장히 많이 갈등했고 일시적으로 곡을 쓸 수 없게 되어버렸어요. 제 분수에 맞지 않는 걸 노래하려다 곡작업 도중에 막혀버린 거죠. 그러다 6월 휴가가 끝났을 때 '그냥 지금 느끼는 기분을 그대로 노래할수밖에 없겠구나'라고 깨달았고. 그래서 논픽션 가사를 써야겠다고 생각했어요.

- '지금 느끼는 기분'이란 건 완성되고 보니 어떤 기분이었나요?
이 얘기는 처음 하는건데, 유니콘의 'SPRINGMAN'이라는 멋진 앨범에 '달콤한 유방'이라는 곡이 있어요. 타미오씨가 "엄마 엄마 너무 괴로워 / 엄마 엄마 눈물이 흘러" 라고 노래하죠. 저는 그 곡에 깊은 감명을 받아서요. 최근에는 인생최고, 태어나길 잘했다, 1억명 중에 너와 만나서 행복했다는 곡이 세상의 스탠더드가 되어있잖아요. 그것도 절대 나쁜 건 아닌데, 제 경우는 아직 그릇이 아니랄까, 거기에는 공감할 수가 없어요. 그것보다도 제 약한 부분이나 부정적인 부분... 부정적이라고 해도 나쁜 의미는 아니고, 누구나가 느끼는 조금 어두운 것들을 곡으로 만들고 싶다고 생각한 거에요. 어떤 의미에서는 그런 곡을 만드는 걸로 소화되어서 괴롭지 않게 되진 않을까 하는 희망도 담았고, 당시의 제가, 타미오씨가 "너무 괴로워"라고 노래하는 것에 구원받았던 것처럼, 저와 마찬가지로 만족스럽지 않은 상황에 놓인 사람들이 공감해준다면 제가 이렇게까지 다 쏟아낸 노력이 보답받는 게 아닐까 생각해요.

- 시무라 씨가 '달콤한 유방'을 들었을 때는 분명 14살 때 쯤이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앨범에는 지금까지의 역사를 뒤돌아보는 듯한 묘사와 음악적인 취향이 많이 보이는 느낌이 들어요.
과거의 저 자신이라는 테마를 무척 골똘히 생각했었어요. 1번 트랙인 '바움쿠헨'이라는 곡이 있는데, 바움쿠헨은 처음부터 덩어리인 게 아니고, 제로에서 차츰 겹쳐서 커다랗고 둥근 바퀴 모양이 되잖아요. 저라는 사람도 0살부터 시작해 28살이 되어, 간신히 바움쿠헨같은 크기가 되었죠. 인생에는 여러 터닝 포인트가 있다고 보는데, 그 요소요소에는 여러가지 맛이 담겨 있어요. 28년간 살아오는 동안, 여러 사람과 만나고, 헤어지고, 아무것도 아닌 날이 있는가하면 뭔가 일어났던 날도 있었어요. 여러 날이 있었기에 28살의 오늘, 그리고 발매일인 5월 20일로도 이어지는 앨범이 아닐까 싶어요. 그래서 앨범 타이틀에도 역사라는 뜻의 'CHRONICLE'이 가장 어울릴 것 같았거든요. "나"라고 하는 지금의 인간은 28년 동안 여러 사람들과 만난 덕분에 형성된 "나"이고, 그렇기 때문에야말로 태어날 수 있었던, 저를 그대로 투영한 곡들인 거죠.



- 앨범의 곡순서에도 지금까지 차곡차곡 쌓아온 날들의 변천사나 감정기복이 드러나 있는 것 같아요.
그렇죠. 제가 제일 좋아하는 게 '억지쓰기ないものねだり'라는 곡인데요, 진짜로 문득 떠올린 걸 쓴 곡이에요. 도로도 건물도 콘트리트로 만들어진 도쿄에서, 은행나무나 벚나무의 뿌리에 이른바 잡초라고 불리는 꽃이 피어있는 것을 보고 '얘 대단한데. 이 꽃 이름이 뭘까?' 라고 문득 생각했어요. 그런 아무것도 아닌 날에 있었던 일을 노래한 곡이 있는가하면, 불안했던 날도 있고, 겁쟁이가 되었던 날도, 아주 기세등등했던 날도, 쓸데없이 센 척을 하는 날도 있어요. 저에게는 일상생활의 바이오리듬을 표현하는 앨범이고, 무척 인간미 넘치는 앨범이 된 것 같다고 생각해요. 

http://www.newaudiogram.com/tv/sp_0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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