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암에 있는 영자원에서 쿠엔틴 타란티노의 펄프픽션과 씬시티를 차례차례 보고 왔다. 하루에 영화 두 편을 스크린으로 본 건 처음이라 집에 와서는 두통이 밀려왔지만, 그래도 볼 수 있을 때 많이 봐놔야지. 영자원 1관은 아주 끄트머리만 아니면 어디서든 잘 보이는 편이다. 그래도 다음번에는 가운데에서 보고 싶다. 다만 자막이 세로자막일 경우를 대비해서 조금 뒤편으로.
!이하 스포일러 있음!
펄프픽션은 음악도 좋고 오프닝 크레딧의 타이포도 좋고 첫인상부터 최고였음. 스타일리쉬한 컷 구성 속에 바보같은 야리토리도 취향. 다만 '춤추는 장면이 유명한 옛날 영화' 말고는 어떤 정보도 없었던 탓에 어떤 스탠스로 이 영화를 봐야하는지 갈피를 못 잡고 있다가 (하드보일드? 멜로?) 약간 지루해질 때쯤 우마 서먼이 푼수짓 하면서부터 의구심이 풀리고 (코미디였군!) 드라이브에 기꺼이 올라타게 됐다. 유명 배우들의 어린 시절 너무 귀여웠음. 근데 왜 타란티노 감독은 그대로지 좀 무서웠다 ㅋㅋㅋ
킬미스리타임즈의 해결사 '울프' 캐릭터가 펄프픽션의 오마주였다는 알게 되어서 뜻밖의 즐거움. (어쩌면 펄프 픽션의 울프도 무언가의 오마주일지도?) 출세 야심있던 빈센트가 죽어서 조금 아쉽구여 근데 그 시퀀스가 훌륭했으므로 개죽음은 아니었다... .
장진 초기 작품과 비슷한 느낌을 받아서, 타란티노의 영향이 있었겠다는 생각을 했다.
기회가 되면 타란티노전 중에 한번 더 보고 싶긴 한데, 첨이야 멋모르고 봤지만 알고나서 보면 으에읻 하는 징그러운 장면들도 있어서 약간 고민이 된다. 그것도 그렇고 게을러서 안 갈듯..
늦은 점심은 근처 까페에서 간단하게 크림치즈 브리오슈와 레몬티. 30분이나 상영간 시간 띄워주셔서 감사합니다 흑흑...
펄프픽션이 너무너무 재미있었기 때문에 신시티에도 기대가 커졌다. 물론 포스터에서부터 느껴지는 스타일 차이가 어마어마하긴 했지만 ㅋㅋ; 씬시티 개봉 당시 미성년자였어서 보러 가고 싶긴 한데 어떡할까.. 고민하다 흘려보냈던 기억도 있고, 나름 관심있는 작품이었는데, 펄프픽션이 이렇게 재밌으면 씬시티도 막 헉 막 너무 좋겠지?! 그러나... 씬시티-펄프픽션 순이었으면 펄프픽션 안 보고 집에 왔을수도...
느와르풍 음악과 그래픽노블식 컬러링을 빼면 남는 게 없었다. 이 내용(마초서사의 구림은 하드보일드 느와르 장르의 특성이자 클리셰로 넘기기로 했다. 올드타운 스토리는 이 서사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을 것)을 굳이 영화로 이런 스타일과 편집으로 찍어야 할 의의가?? 2005년에는 있었나?? 차라리 애니메이션이었으면 혁명이라며 감탄했을지도. 데본 아오키랑 일라이자 우드 쓰임새 보고 너무 어처구니가 없었다. 굳이 이들 말고도 죄다 어떤 그림을 위해 나온 캐릭터인지 용도가 투명해서 장기까지 보일 거 같은데 특히 이 둘이 너무 심했음. 그렇다고 그 장면장면들이 너무 막 엄청난 비주얼쇼크고 그랬냐 하면 그렇지도 않음. 2005년에는 비주얼쇼크였니..? 차라리 지금봐도 중경삼림이 더 비주얼적으로 충격이라구... 비명지르지 않는 테디베어는 좋았지만 그 외엔 음 앗 넹... 펄프픽션보다 이십분 가량 짧은 러닝타임인데 더 길게 느껴졌다.
다행히 조각조각낸 이야기들이 하나로 모이는 개연성은 진부하긴 해도 구리진 않았다.
검색해보니 씬시티는 로드리게스 감독이 주축이고 타란티노는 게스트감독이다. 실망을 조금 거두기로 한다... 그리고 당시에는 영상미적으로 충격이었을 것 같다는 생각도 안 드는 건 아니다. 나도 관심가졌던게 간지나는 포스터 때문이었고. 펄프픽션이 너무 좋은 영화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씬시티가 안 좋게 보였을 수도 있다.
나오는 길에 올리브영에 들러 뾰루지 패치와 하리보를 샀다. 하리보는 너무 질겼고 뾰루지 패치인 줄 알았는데 케이스 디자인이 95% 동일한 코팩이라서 황망해짐. 나는 평생 기름종이란 것도 써본적이 없는 사람이며 ((악건성)) 피지는 힘이 없어서 코팩으론 안 빠진다..... 평소 영수증을 잘 받아오는 편인데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영수증도 안 챙겨왔다. 씨제이 포인트 적립한 거랑 구입날짜-시간 정확히 알고 있는 걸로 어떻게 안될지 다음주에 갈때 문의할 예정.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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