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oove in the air/모험기

애프터 펜타 공연도 다녀왔어요

서울소녀회 2008. 8. 3. 23:09

  국내 인디 공연, 특히 여러 밴드가 우루루 나오는 공연의 후기는 오랜만인 것 같은 기분이네요. (집중해줘 당봉 ㅋㅋ)
  라인업은 필름스타, 국카스텐, 마리서사, 문샤이너스, 고고스타, 갤럭시 익스프레스였고, 이어지는 심야 공연의 라인업은 핑크 엘리펀트, 플라스틱 데이였습니다. 

  외국인 기자 한분이 있었는데 자꾸 플래시를 터트려서 좀 짜증났어요. 플래시 이즈 낫 에티켓이라고 저질 영어로 소심하게 말해봤지만, 같이 간 사람이랑 이렇게 저렇게 안 친하게 알게 된 사이라 강력한 항의는 못했습니다. 그리고 사실 히어링이 안되어서.. 기자분이 뭐라고 변명하는데 피드백을 할 수가 없었어요. 오해하실까봐 말해두는데, 전 그런데선 한국말도 잘 못 알아들어요.

  국카스텐의 무대를 본 건 처음이었는데 음.. 기대만큼이었어요. 쌈싸페 홈페이지에서 '지렁이'를 들었을때의 그 느낌이 라이브에서도 고스란히 전해졌어요. 밴드는 무대를 압도하는 카리스마도 중요하지만 역시 에센셜은 '곡'이죠. 이펙터 빵빵하게 먹인 사운드가 매력적이었어요. 그런거 진짜 좋아하는데. 곡들이 비슷비슷하다는 건 조금 아쉬웠지만 어디에서건 국카스텐의 노래를 들으면 '이거 국카스텐!'하고 바로 알아차릴 정도로 개성적이에요.

  마리서사는 곡이 약간 가요적이고, 곡 자체의 매력보다는 가창력으로 승부하는 듯 해요. 보컬의 고음처리가 무척 좋아요. 하지만 슬램하거나 할 분위기는 아니죠.. 근데 그 와중에 슬램하시던 관객이 있었어요. 문샤나 갤럭시 때면 좀 이해를 해보겠는데 마리서사 때라서 짜증낸 분이 한둘이 아님. 밴드와 노래가 좋아서 슬램하는게 아니라 취한 채 스트레스 푸는게 목적인 슬램이라 더 보기가 고역이었네요.

  뭐 그렇다치고 문샤때 진짜 재밌었어요! 차차는 어떻게 하면 관객을 휘어잡을 수 있는지 잘 알아요. 관객의 태반은 문샤를 보러 온 사람들이었어요. 이때 뛰느라 양 무릎에 멍이... 같이 간 사람이 문샤이너스의 열혈팬이라 저도 얼떨결에 가사를 외우고 있어서 신나게 싱얼롱했어요. 록큰롤은 춤추기 좋죠. 특히 문샤이너스는 이거저거 다 잊고 그냥 몸을 맡기면 돼요. 록큰롤 야만인이라는 신곡을 펜타때에 이어 또 연주해줬는데, 그 가사가 또 일품입니다. 비록 라이브에서는 차차의 불명확한 발음때문에 한마디도 안 들린다는 게 문제이지만... //나는 그냥 록큰롤의 야만인이 되겠어요/나는 그저 쉬운 것이 좋을 뿐이죠/나는 그냥 록큰롤의 야만인이 되겠어요/나는 그저 재밌는게 좋을 뿐이죠// 그야말로 록큰롤의 정수입니다. 

  그리고 문제의 갤럭시 익스프레스... 관객들이 무대위에 올라가서 마이크를 뺏는 난동까지 갔어요! 와 분위기가 어떻게 그렇게 됐는지 아직도 모르겠네요! (아니 사실 알거 같긴 한데) 진짜 최고였어요. 베이스 이주현씨가 짓던 함박웃음을 잊을수가 없어요.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난동땜에 웃은건 아닌거 같은데요...으하하하;; 잠시 제 DNA에 새겨진 빠순본능으로 이야기하자면 세상에 그렇게 잘 생길수가 없다능. 미소에서 광채가 나요. 다들 보컬 박종현씨 잘생겼다고 편애하시는데 아니 왜 이주현씨 잘생긴건 몰라보죠? 베이스 치는 모습 한번 보면 안 반할 수가 없는데. 어제 향수랑 새벽이랑 연타로 들려주는데 기절할뻔... 어떻게 하면 그렇게 손이 움직이죠? 진짜 밥 먹고 베이스만 쳤나? 왜 베이스로 아르페지오까지 하냐고요!
  아. 이제 그만. 빠순 모드는 그만....어휴
제 기억이 맞다면 셋리스트는 노이즈 온 파이어 - 개구쟁이 - 유쓰 위다웃 유쓰 - 향수 - 새벽 - 정글 더 블랙 - 난 어디로 - 바이바이 플래닛 - 비속의 여인 (앵콜) 이었어요. 이거 다 맞으면 나 쫌 대견하다. 허상 듣고 싶었는데 안 해줬어요. 요새 투더 갤럭시도 안하는데 그 사자후도 좀 듣고 싶고... 안되겠네요. 몸 사리려고 했는데 다음에 또 공연 보러 가야겠다 ^^; 
  언제나 그렇듯 탈진 록큰롤이었습니다. 왜 수건을 사놓고도 안 가져갔는지 계속 후회했어요. 부채는 챙겨갔으면서..
  헉 빠순 모드 자제하려니까 더 쓸말이 없네요. 어쩜 좋아.. 암튼 재미있었어요. 몸은 힘들고 다리에 멍투성이고 그랬지만 재미있었으면 된거 아닌가요! 그런데 이렇게 좋아하면 너무 진상을 떨게 되어서 좀 걱정이네요. 똑같이 꺅꺅대고 뛰어도 문샤때랑 갤럭시 때랑은 정줄 놓는 차원이 달라요... 부끄럽다 진짜. 저 원래 되게 이성적인 사람이에요.... 다음엔 꼭 조용조용히 봐야지...

  가끔 생각하는데 여성 전용 슬램핏같은거 있었으면 좋겠어요. 일부러 웃기려고 한 단어 선택이니까 웃어주시면 됩니다. 암튼 덩치 크고 숨쉬기 힘들게 압박하는 남성분들하고 한번 부딪치면 선천적으로 힘이 약할 수밖에 없는 여성들은 재미보다는 짜증이 나기 마련이거든요. 저는 슬램도 재밌어라 하는 편이긴 한데 그래도 혼자 스캥킹하면서 막춤추는 걸 더 좋아해요. 여자끼리는 슬램해도 별로 안 아플거 같기도 하고.. 적어도 어쩔수없는 신장차 때문에 팔꿈치에 코를 얻어맞거나 그러진 않잖아요. 하하. 뭐 제가 이렇게 바래봐야 실현될 것 같지는 않지만요.

  갤럭시 보고 나니까 막차 끊겨서 택시 타고 왔습니다. 내 이럴 줄 알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