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oove in the air/Fujifabric - MGZ

다빈치 2004-2014 후지패브릭 인터뷰 (카나자와)

서울소녀회 2014. 7. 18. 23:53

  '프론트맨에 가까이 다가선 존재'. 카나자와 자신이 이상으로 여기는 키보디스트 상이다. 시무라에서 야마우치로 밴드의 얼굴이 바뀌어도, 카나자와의 자세가 변하는 일은 없었다. 특유의 춤추는 듯한 건반 터치와 경쾌한 MC로 밴드에 다채로움을 더해온 10년간. 올해 34세를 맞아, 근소한 차이는 있으나 밴드 최장년이기도 한 그는, 스마트하게, 부드러운 언행으로, 그리고 웃는 얼굴로 후지패브릭의 역사를 돌아봐주었다.

 

가입 전에 느꼈던 후지패브릭의 가능성


  ―――――― 도서 선정 주제는 '카나자와 다이스케를 만든 책'입니다.

  카나자와     하지만 이 주제에 저는 어울리지 않는 느낌이 들어서요.

  ―――――― 그렇다는 것은?

  카나자와     사실은 저 책을 읽지 못하는 타입의 인간이거든요.

  ―――――― 앗, 갑자기 기획이 좌절되어버렸네요...

  카나자와     아뇨, 책은 좋아하는걸요(웃음). 그런데 후지패브릭에 들어오고나서는 바빠서 읽을 수가 없게 됐어요.

  ―――――― 그렇군요, 읽고싶어도 읽을 시간이 없어져버렸다는.

  카나자와     그거에요. 야마우치군과 카토군은 지금도 자주 읽고 있으니까 그런 사람이 되고 싶지만요. 성격상 여가시간에 무언가를 하는 게 불가능해서요. 그래서 시간이 있었던 어린 시절에는 독서가였어요. 지식욕이 강해서 도감이나 사전을 잔뜩 읽었습니다.

  ―――――― 오늘 가져오신 책의 첫번째, <유럽 디저트>는 이른바 레시피집이네요.

  카나자와     이건 초등학생 때 좋아했던 책이에요. 저희 집은 레스토랑이었는데요, 여기에 나올 것 같은 호화로운 디저트를 내는 가게가 아니고 이른바 개인경영의 패밀리 레스토랑이었어요. 어린 시절엔 그 보수성이 싫어서, 언제나 이 책을 바라보고는 '좋구나'하고 상상을 키웠었어요.

  ―――――― 말하자면 이 책은 카나자와씨에게 있어 꿈의 세계였던 거네요.

  카나자와     하지만 레시피를 보고 실제로 만들기도 했었어요. (책을 넘기면서) 포츠 드 크렘 바니유Pots de Cream Vanilla도 그렇고요, 크레이프도 그렇고요... 아아, 그립다. 이 딸기 샴페인 절임은 어른이 되면 만들어야지 생각했었는데.

  ―――――― 당시의 꿈은 파티셰였나요?

  카나자와     그렇죠. 그거나 셰프. 보통 어린이가 장래에 대해 꾸는 꿈이란 건 막연하거나 하잖아요. 하지만 저는 어렸을 때부터 일상과 꿈이 직결돼서, '반드시 셰프가 될 거야'라고 결심해서 열심히 요리를 연습했었어요. 고등학생 때 본격적으로 음악을 시작했을 때도 프로 뮤지션이 될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정확히 10년 전- 메이저 데뷔를 했을 때도, 감격하기보단 '당연한 흐름이지'같은 느낌이 들었었죠.

  ―――――― 카나자와씨는 대학생 시절인 2002년 말 후지패브릭에 당초 서포트로 관여하게 되었었죠. 그 때 우선은 데모 테이프를 건네받았다고 하는데요, 시무라씨가 만든 곡을 처음 들었을 때의 감상은 어떤 것이었나요?

  카나자와     뭐랄까, 가능성같은 것을 느꼈던 걸 기억하고 있어요. 테이프에 녹음되어 있는 사운드만으로는 파악이 어려운 무언가가 있었달까... 키보드는 서포트를 요청받기 쉽거든요. 실제로 저도 그 때까지는 그 나름대로 많은 수의 밴드를 돕고 있어서, 그 탓에 어리지만 뭔가 알 것 같은 기분이 되어버렸었죠. 데모테이프를 들은 것만으로 '그래그래, 이런 밴드구나'같은. 다만 후지패브릭의 경우는 달랐어요. '응?'하고 걸리는 부분이 있었고, 그랬기 때문에 바로 스튜디오에 들어가보려고 생각했던 거죠.



처음부터 10년 후의 이미지가 그려졌다



  ―――――― 스튜디오에서 만났던 시무라씨의 첫인상은?

  카나자와     수줍음, 과묵... 일단 말을 안한다(웃음). 하지만 밴드로 좋은 소리를 냈을 때의 리액션은 남들보다 배로 강하다. 그러니까 좋은 소리만 낸다면 커뮤니케이션이 성립하는 거에요. 그런것도 있어서 처음엔 그가 찾고 있는 소리가 어떤 건지 샅샅이 살피면서 했었죠. 

  ―――――― 긴장감이 있을 듯한 현장이네요.

  카나자와     시무라와 비슷한 정도로 다른 멤버들도 말을 하지 않았었으니까요. 지금 생각해보면 좀 더 이야기해도 좋았을 것 같지만... 왜 그런 느낌이었던 걸까요. 뭐, 요는 금욕적이었다는 거죠. 다들 좋은 소리를 내는 일에 푹 빠져있었으니까요.

  ―――――― 03년이 밝고, 카나자와씨는 후지패브릭에 정식으로 가입합니다. 그때까지 서포트로서 여러 밴드를 옮겨 다녔던 건데요, 언젠가는 하나의 밴드에 정착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계셨나요?

  카나자와     네. 그것이 음악의 가장 아름다운 형태라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어디까지나 한 사람의 플레이어로서 밴드를 옮겨다니다보니, 자신의 것이 아닌 누군가의 곡을 연주하는 거라는 감각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에요.

  ―――――― 덧붙여서, 처음 스튜디오에 들어갔을 때 10년 후도 이 밴드와 관련되어 있을 거라는 상상이 가능했나요?

  카나자와     상상했었어요. 단지 그건 '이대로 간다면 좋은 느낌이 들 것 같아'같은 막연한 거였지만요. 또, 저는 쉽게 질리는 성격인데요, 그런 저라도 '이 밴드라면 계속 할 수 있을 것 같아'라고 생각했었어요. 아직 어떻게 성장할지 미지수였기때문에 더 '재미있겠다'고.

  ―――――― 다만 시무라씨의 이상은 '소꿉친구로 밴드를 결성해 프로로 해내는 것'이었던 거죠. 카나자와씨가 가입하실 때의 후지패브릭은 그 꿈이 깨져 각각의 플레이어를 모아 한번 더 다시 해보려는 단계였습니다. 그런 관계성은 언제부터 친밀해져갔나요?

  카나자와     원래 '소꿉친구'라는 것도 태어난 순간부터 사이가 좋았던 건 아니고, 예를 들면 초등학교에서 같은 반이 되고, 그리고 자란 뒤에 돌아봤더니 '우리들은 소꿉친구'라고 생각하는 거잖아요. 결국 얼마나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내는지가 중요해서. 그러니까 제가 후지패브릭에 들어갔을 때도 새로운 학교에 들어간 듯한 느낌이었죠. 그래서 점점 스스럼이 없어지고 평생의 추억이 몇개나 생기는 사이에 밴드의 인간관계도 천천히 변해갔어요. 단지 단순한 친구라는 것도 아니라서, 저로서는 송라이터로서의 시무라가 무엇을 어떻게 하고 싶은지, 거기에 깊이 다가서지 않으면 안된다는 걸 늘 생각하고 있었죠.

  ―――――― 그리고 후지패브릭은 04년에 메이저 데뷔를 합니다. 방금 '바빠서 책도 읽을 수 없을 정도였다'고 말씀하셨는데요.

  카나자와     인디즈 시절부터 바빴었지만, 메이저 데뷔 직후에는 '사계반'이라는 주제로 계절마다 연속해서 발매가 있었기 때문에 항상 곡을 만들거나 레코딩을 하고 있는 상태가 돼서... 그대로 기어를 넣은 채로 지금에 다다른 느낌이에요.

  ―――――― 그렇다 하더라도, 그렇게 바쁜 나날 중에도 오늘 가져오신 나머지 2권, <모모>와 <여름으로 가는 문>을 읽을 시간이 있었던건가요?

카나자와     이 2권을 손에 넣은 건 확실히는 기억나지 않지만 20대 중반이었던 것 같아요. 대체로 1년에 1장 앨범을 내왔는데요, 그 당시 조금 간격이 떠서. <FAB FOX>(05년/2nd 앨범)과 <TEENAGER>(08년/3rd 앨범)의 사이였을까요. 아마 그 시기에 읽었던 게 아닐까요.
  ―――――― 간격이 떴던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카나자와     곡이 완성되지 않았었어요. 시무라의 슬럼프도 있었고요, 또 드럼이 탈퇴를 하거나. 밴드로서 여러가지가 변해가는 때였어요. 다만 스튜디오에는 항상 들어가있었지만요. '아아, 오늘도 아무것도 못했어'같은 걸 생각하면서. 그런, 붕 떴던 시기였기 때문에 더욱이 이 2권을 선택했을지도 몰라요.

  ―――――― 2권 모두 세계적으로 널리 읽힌 명작이지요.

  카나자와     저는 역시 이런 작품이 좋은 거 같아요. 책도 음악도, 어딘가 다른 곳에 데려가주는 듯한 감각이 있는 것이.

  ―――――― 그리고 2권 모두 '시간'이 테마입니다.

  카나자와     바쁘기만 한 와중에 어느새 시간이 지나가버려서, 물론 충실한 나날이었지만, '나 괜찮을까' '시간은행에 시간을 너무 많이 맡긴 게 아닐까' 등을 생각하면서 <모모>를 읽었던 것이 기억납니다. (웃음)

  ―――――― 오늘 입고 계신 티셔츠에 쓰여진 건 'HOLIDAY! HOLIDAY! HOLIDAY!'(웃음)

  카나자와     무의식적으로 휴일을 요구하고 있는 걸지도 몰라요(웃음)

  ―――――― 난산이었던 <TEENAGER> 뒤에 나온 것이 네번째 앨범 <CHRONICLE>입니다.

  카나자와     이 앨범은 스스로에게 있어 하나의 음악적인 단락이 되었다고 생각해요. 물론 앨범 전부가 그렇지만요. 어떤 종류의 달성감같은 것이 있었어요. 그리고 나중에 돌아보니 그랬던 거지만, 이게 끝난 뒤에 시무라가 세상을 떠나서.

  ―――――― 이야기하기 어려운 부분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그 후 후지패브릭은 더욱더 격동의 시기에 들어갑니다.

  카나자와     그렇죠. 그때쯤부터는 너무 바쁘거나 여러가지가 너무 많아서... 기억이 분명하지가 않네요.



기억 속의 시무라에게 가까이 다가가서 엮어낸 <MUSIC>



  ―――――― 09년말에 시무라씨가 급서하시고, 그 후 현재의 멤버 3명이서 다섯번째 앨범 <MUSIC>(10년)의 제작에 들어가게 됩니다만, 시무라씨의 부재에도 남겨진 곡으로 앨범을 만든다는 의지는 3명이서 금방 일치했었나요?

  카나자와     자연스러운 흐름이었어요. 시무라가 세상을 떠난 건 '다음 앨범을 만들자'고 이야기하던 시기였고요, 그가 남긴 데모테이프를 들어보면 상당한 수의 곡이 있어서, '이건 제대로 완성해서 세상에 내놓아야겠다'고 생각할만한 높은 퀄리티였으니까요.

  ―――――― 그 데모에, 카나자와씨가 처음 후지패브릭을 들었을 때와 같은 '가능성같은 것을 느꼈던' 거네요. 그렇다고 해도, 방금 시무라씨는 과묵하지만 '좋은 소리를 냈을 때의 리액션은 다른 사람들의 배로 강하다. 그러니까 좋은 소리만 낸다면 커뮤니케이션이 성립한다', 그것을 위해 그가 '무엇을 어떻게 하고 싶은지, 거기에 깊이 다가서지 않으면 안된다는 걸 늘 생각하고 있었습니다'라고 말씀하셨는데요, 그 작업을 본인이 없는 채 남겨진 데모를 단서로 실행에 옮기지 않으면 안 됐던 거네요.

  카나자와     말씀대로, '시무라였다면 분명히 이렇게 말했을거야'라고 상상하면서 작업을 진행하는 건 어려웠어요. 레코딩의 경우엔 그때까지의 연장이었던 것도 있으면서, 완전히 다른. 결과적으로 이 작업이 밴드의 방향성을 확인하는 작업도 되었어요.

  ―――――― 음악사에 있어서도 드문 작업방식의 앨범이라고 생각합니다.

  카나자와     독특하죠. 그런 의미에서는 다른 앨범들과는 완전히 달라요. 게다가 제가 도중에 쓰러져버려서요.

  ―――――― 기흉으로 입원하셨었죠.

  카나자와     맞아요, 숨이 안 쉬어졌었어요. 한창 레코딩 중이었고, '쉬면서 하면 괜찮다'고 생각했더니 다들 '얼굴이 새파래. 병원에 가'라고 말해서요. 어쩔 수 없이 걸어서 가려고 했더니 숨이 막혀서 걸을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택시로 갔더니 바로 '입원하세요'라고. 입원중에도 현악기의 어레인지를 했었지만요. 하지만, 침대에서 악보를 쓰고 있었더니 간호사가 '수면제 드실래요?'라는 말을 해서요. 평소처럼 잘 수 있었기 때문에 '괜찮습니다'라고 거절해도, '아뇨, 드시는 편이 좋겠어요'라고 끈질기니까 왜 그러지? 라고 생각했더니, 그때 악보에 쓰여있던 곡명이 '잠들수 없는 밤眠れる夜'이었던 거에요. (웃음)

  ―――――― <MUSIC>의 마지막 곡의 타이틀이죠. 그렇다쳐도 이 앨범은 지독한 상황 아래서 만들어졌네요. 그리고 그 후, 10년 7월에 열린 <후지후지후지Q>를 시작으로 후지패브릭은 야마우치씨를 보컬로 해서 활동을 계속하게 됩니다.

  카나자와     물론 전환기이기는 했지만, 제 안에서는 밴드가 다시 태어났다고는 생각하지 않았고, 어디까지나 지속하고 있는 감각이었어요.



미래는 상상하고 이끌어가는 것


  ―――――― 그리고 11년. 밴드로서 무척 힘든 시기에, 동일본 지진도 있었습니다.

  카나자와     그렇죠. 저희들도 여러가지 일들이 너무 많았고. 시계열(時系列)을 알 수 없을 정도에요.

  ―――――― 그 후 3인체제로 여섯번째 앨범 <STAR>와 일곱번째 앨범 <VOYAGER>라는 두 작품을 냅니다.

  카나자와     멤버들이 어른이 된 것도 있지만, 이전보다 일단 이야기를 나누게 됐구요. 좁다고 할까, 가까운 느낌으로. 저는 별로 다른 친구가 없기 때문에(웃음), 멤버들이 가장 가까운 친구일 정도에요.

  ―――――― 조금 전 시무라씨도 포함해서 처음 스튜디오에 들어갔을 때 '십수년 후에도 이 밴드로 해나가는 것을 상상할 수 있었다'라는 식으로 말씀하셨습니다. 그 때에 상상했던 모습과는 조금 다른 것이 되어버렸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변화와 지속이야말로 인생이라고 말하는 것도 가능하겠죠.

  카나자와     다음 앨범도 지금까지와는 다른 분위기가 될 거라고 생각해요. 야마우치군이 스스로의 시선으로 쓴 가사가 대부분이고, 그한테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가 명확히 있으니까요.

  ―――――― 카나자와씨로서는, 일찍이 시무라씨에게 그랬던 것처럼 지금은 야마우치씨에게 가까이 다가서 있는 건가요?

  카나자와     맞아요. 그리고 변화에 관해 말하자면, 사람에 따라 과거·현재·미래를 어떤 비중으로 생각하는지가
 다를텐데요, 제 경우에는 미래의 일만 생각하고 있거든요.

  ―――――― 레시피 책을 바라보며 셰프가 될 꿈을 꾸던 어린 시절부터 일관되네요.

  카나자와     왜 미래의 일을 생각하는가 하면, 과거의 일을 생각하면 슬퍼져버리기 때문에요. 아니, 꼭 슬픈 일만 있었던 탓이 아니고, 제가 과거의 일을 마치 어제의 일처럼 생생하게 떠올릴 수 있기 때문이에요. 예를 들면 저는 지금 금방이라도 기억속에서 5살 때로 돌아갈 수 있어요. 하지만 실제로 돌아갈 수는 없어요. 그게 슬프고, 그렇기때문에 더욱 미래의 일을 생각하려고 하는 거에요. 미래에는 실제로 한발짝 한발짝 가까워지는 것이 가능하니까요.

  ―――――― 그럼 앞으로의 10년을 상상할 수 있나요?

  카나자와     좋은 10년일 거에요.

  ―――――― 단언해버렸어요!

  카나자와     네. 저는 끌어당기는 힘이 강한 편이라, 비교적 생각했던 방향으로 갈 수 있어요. 그리고 다들 자유로운 활동이 가능하지 않으려나요.

  ―――――― 그럼 20주년도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카나자와     감사합니다. 그리고 조금은 더 책을 읽을 수 있을 정도의 여유가 생기면 좋을텐데요.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