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시스트 중 솔로 플레이어는 없다. 그 악기가 풀어내는 저음은 혼자서는 음악을 완결하지 못하는 숙명을 가졌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반드시 보컬이나, 기타나, 키보드나, 드럼과 어울린다. '밴드'라는 연결에의 의의를 누구보다도 체험할 수 있는 것은 사실 베이시스트일지도 모른다. 후지패브릭의 베이시스트로, 작곡 외 작사도 다수 관여한 카토 신이치. 그의 말 곳곳에는 이 밴드에서 음악을 표현하는 기쁨이 가득 담겨 있었다.
이런 사람이 있다면 어떨까?
가사세계를 떠받치는 이야기物語의 기억
―――― 독서가로 알려진 카토씨입니다만, 이번 3권은 어떤 기준으로 골라주셨나요?
카토 인생을 돌아보았을 때 충격을 받은 책을 3권 골라봤습니다.
―――― 첫번째 책은 그림책으로, <용감무쌍 염소 삼형제>.
카토 책을 읽고 처음 '무섭다' 고 느꼈어요. 세마리의 염소가 다리를 한마리씩 건너는데요, 거기에 트롤이라는 무서운 괴물이 있어요. 마지막엔 잘됐다 잘됐다 하고 끝납니다만 트롤의 그림을 보고 무서워서 울어버린 기억이 있어요. 하지만 이렇게 스스로를 무섭게 만들다니 '책은 굉장하다'라고. (웃음) 책을 좋아하게 된 계기가 된 느낌이 듭니다.
―――― 두번째 책은 만화로, <내일의 죠>.
카토 초등학생 때 소년야구를 했었을 때 자주 읽었기 때문에 '스포츠 근성ザ·スポ根'이 있는 스토리를 자신과 겹쳐서 읽고 있었던 걸까 하고. 불량했던 죠가 진지하게 복싱에 몰두해서 라이벌을 쓰러뜨리고 챔피온이 된다.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스토리의 흐름에 빈틈이 없잖아요. 벌써 몇번이나 다시 보고 있습니다만, 그 흐름을 타는 것이 기분 좋아요.
―――― 좋아하는 캐릭터는 역시 주인공인 죠인가요?
카토 죠도 좋아하지만, 맘모스 니시가 좋아요. 감별소에서 죠와 만나 이후에 탄게 체육관에서 함께 복싱에 몰두하게 되는 친구입니다. 니시는 마음이 약해서 감량중인데도 우동을 먹어버렸거든요. 죠한테 '우동 자식!'하고 혼이 나요 (웃음). 하지만, 그런 약한 부분이 인간미가 있고, 귀여워서. 처음부터 끝까지 쭉 몇번이나 읽고 있으면 조연 캐릭터들의 인생도 선명하게 보이고, 그게 점점 포개져서 여러 인간군상이 보이는 것도 <내일의 죠>의 재미인 거죠.
―――― 이 작품에서 인생을 배우기도 하나요?
카토 배우죠, 중요한 것을. '괴로울 때는 우동을 먹으라'는 (웃음). '힘들면 우는 소리를 해도 되잖아?' 라던가. 죠처럼 스스로를 너무 몰아세우는 건 안 된다고, 니시가 살아가는 모습에서 배웠다고 생각합니다.
―――― 세번째 책은 소설입니다. 츠츠이 야스타카의 단편집 <일본열도 나나마가리日本列島七曲り>. 이건... 문제작이네요. (웃음)
카토 충격을 받았던 것만은 기억하고 내용은 잊어버렸는데요, 아까 잠깐 다시 훑어봤더니 좋은 의미로 '너무한' 내용이었습니다(웃음). 츠츠이씨다운 요란스런 계열의 단편집인데요. 시모네타가 세고. 중학생 때 읽었는데 '이런 걸 써도 괜찮은 건가!'라고 충격을 받았거든요. 제 안의 '표현'이라는 것의 폭을 넓혀준 한 권입니다.
―――― 카토씨는 가사를 쓰고 계시는데, 여러가지 책을 읽어 온 것이 도움이 되나요?
카토 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곡에 대해 '뭘 쓸까?' 할 때, 이런 설정의 이야기를 할까, 이런 주인공이 이런 걸 말하는 건 어떨까...라는 식으로 생각하거든요. 여러가지 책을 거쳐 이야기를 만드는 방법을 배운 걸까 싶어요.
―――― 자신의 일을 쓰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이야기를 쓴다, 라는.
카토 최근이라면 <어쩔수가 없네しかたがないね>(<FAB STEP>수록, 작곡도 담당)라는 가사는 '이런 남자가 있으면 불쌍하겠지'라는 이미지로 썼어요. <안달루시아>(<STAR>수록)의 가사는 '뭘 하는 거야 이 사람들은?'같은 (웃음). 물론 가사 안에 제가 들어가는 경우도 많이 있지만요. 스스로가 지금 이렇게 생각하니까 쓰고, 이런 경험을 했으니까 쓰는 일도 있어요.
―――― 여태까지 가장 많이 자신의 경험이 들어간 가사는 어떤 곡인가요?
카토 ...<만나러>라는 곡이네요. 그 곡을 썼던 그 때 자신의 기분을 그대로 솔직하게 썼다고 생각해서요.
―――― 시무라씨가 이 곡의 멜로디와 후렴의 '만나러 갈게'라는 한마디만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 이외의 가사를 카토씨가 써서 완성시킨 곡이죠. 시무라씨가 세상을 떠난 뒤, 3명이 완성시킨 첫 앨범 <MUSIC>에 수록되어있습니다.
카토 곡은 있고 후렴의 가사도 있으니까 '완성시키고 싶다'고 다들 말해서요. 3명이 각각 가사를 가져와서 좋은 부분을 합쳐서 완성하면 좋겠다는 이야기였습니다만, 잘 합쳐지지가 앖아서 그럼 제가 쓴 걸로 해볼까가 됐어요. 유일하게 남아있는 프레이즈가 '만나러 갈게'였으니까... 저는 시무라군을 생각했거든요.
―――― 시무라씨를 언젠가 '만나러 갈게'라는.
카토 네. 그를 생각하고 있었더니 말이 자연스럽게 나왔던 느낌이었죠. 일부러 꾸미려 하지 않고, 스스로의 감정을 그대로 썼었어요.
―――― '너에게 이야기를 가지고 갈게'라는 프레이즈가 인상적이에요. 이 '이야기'의 내용은 어떤 걸까요.
카토 한마디는 아니지 않을까요. '어째서'라는 기분도 있고, 제가 써서 완성한 가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려나?'같은 기분도 있을 거에요. 외에도 이야기하고 싶은 것도 많이 있으니까... 죄송해요, 역시 한마디로는 말할 수가 없어요.
처음부터 줄곧, 우리들은 같이 음악을 만들어 왔다
―――― 시간을 되돌려, 카토씨가 후지패브릭에 가입했을 때의 이야기를 들려주셨으면 합니다. 카나자와씨와 동시에 2003년 1월에 정식가입하셨죠.
카토 카나자와군에게 스카우트됐었죠(웃음). 음악 전문학교에 다니고 있었을 때, 하던 밴드가 데뷔 직전의 괜찮은 지점까지 갔었지만, 멤버끼리의 의견이 대립해버려서요. 제가 그 밴드를 탈퇴하는 마지막 라이브를 카나자와군이 보러 와서 '이번에 들어가려고 생각중인 밴드가 있데 일단 같이 스튜디오에 들어가보지 않을래?'같은 느낌으로 제안을 했어요.
―――― 당시는 시무라씨와, 드럼의 와타나베씨(03년 9월 탈퇴) 이외의 멤버가 한꺼번에 빠져나가버렸었죠.
카토 그래서 스튜디오에 들어가서 다함께 연주를 해봤더니, 그 흐름으로 '앞으로 해볼까요' 같이 됐어요. 따로 몇명인가 저 이외의 베이스 후보와 세션은 해봤을지도 모르겠어요. 제가 선택된 이유를 물어본 적이 없지만, 처음 했던 세션이 즐거웠던 건 어쩐지 기억나요.
―――― 후지패브릭은 당초 시무라군이 전부 작사작곡을 전담하고 있었습니다. 시무라씨의 음악적 재능을 어떻게 느끼고 있었나요?
카토 밴드에 들어가기 전에도 음원은 들려줬던 적이 있었는데, 첫인상은 '재미있네'였어요. '이상한 음악을 하는 그룹이구나'라고(웃음). 보컬의 목소리의 질감이나 곡조가, 뭔가 마음을 쥐는 것도 있었고, 여기서 저도 같이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었죠.
―――― '재미있는' '이상한' 이라는 건?
카토 단어선택도 재미있다고 생각했고, 사운드도, 당시 젊은 밴드 사이에서 유행하는 건 시모키타록계열이었나요. 그런 것의 안티... 까지는 가지 않았지만, 상당히 뒤틀려있는 걸 하고 있구나 이 사람은, 이라고 생각했어요. 확실히 처음 스튜디오에서 시무라군과 만났을 때, '우리들 나름대로의 음악을 하자'라고 하는 듯한 말을 했던 기억이 있네요.
―――― 기타 야마우치씨가 가입한 후의 04년 4월에 싱글 <벚꽃의 계절>로 메이저 데뷔를 이루어냅니다. 어떤 심경이었나요?
카토 겨우 메이저에 있는 분들과 같은 토양에 설 수 있게 되었으니까, 인디즈 때보다 더 좋은 걸 만들자는 이야기는 멤버끼리 했던 것 같아요. 앨범을 만들자는 이야기도 됐기 때문에 매일 스튜디오에 들어갔었죠. 다들 진지하게 했는데, 웃을 일도 많았었어요. 일단 휴식하자고 하고 나면 바보같은 이야기만 잔뜩 했어요. 전에 했던 제 밴드는 솔직히 즐겁지 않았거든요. 그러니까 이 밴드랑 만나서 다행이라고 느낄 적이 많았던 기분이 들어요.
―――― 당시 곡을 만드는 건 어떤 식으로 이루어졌나요?
카토 시무라군이 원코러스나 원아이디어를 가져오고 '이 곡은 이런 이미지로'라고. 거기서 다들 일단 세션을 하고 그 음원을 그가 가지고 돌아가서 나머지를 만들어오던가, 연주하면서 다같이 '다음은 이렇게 할까?'라는 느낌으로 나아갔어요. 당시 시무라군이 자주 말하던건 '아슬아슬한 정도가 아니면 안돼'라고. 아웃돼버리면 안되지만, 안전지대에 있어도 좋지 않다. 그 아슬아슬한 선을 다같이 찾아보자, 라고.
―――― 그럼, 시무라씨가 완성한 멜로디나 가사가 먼저 있었던 건 아니네요. 멤버 각각이 아이디어를 서로 내놓았군요.
카토 그렇죠. <TEENAGER>(3rd 앨범)때는 다들 데모를 가지고 와서 만들었었고.
―――― 그 앨범이 곡 경연 스타일로 만들어진 건 시무라씨가 한 제안이었나요?
카토 모두의 의견이었던 것 같아요. 드러머가 탈퇴했으니 '드럼이 없으면 스튜디오에 들어가도 별로 의미가 없네'라고. 그러면 각자 집에서 곡을 만들어서 스튜디오에 들어갔을 때 발표하는 방법으로 해보자는 흐름이었어요.
―――― 그때의 시무라씨의 일기(<도쿄, 음악, 록큰롤>)을 읽으면 다들 곡센스가 좋아서 '나같은건...'이라는 심정이었던 것 같아요.
카토 그는 그런 자학적인 부분이 있었죠(웃음). 어디까지 진심으로 생각했는지는 모르겠는데요. 기쁘지만요.
―――― 다음 앨범 <CHRONICLE>(4th 앨범)은 시무라씨가 전곡의 작사작곡을 하죠.
카토 이전 앨범의 반동도 있었다고 생각하는데요, '다음은 내가 전부 할테니까'라며. 자기 속에 모인 것을 한번 전부 토해내고 싶은 기분이 있었던게 아닐까요. 저희들은 그걸 뒤에서 밀어주는, 지지해주는 기분으로 했었어요. 좋은 앨범이라고 생각해요. 가장 시무라군다운 앨범이라고 생각해요.
계속하는 것으로 과거로 거슬러올라가는 찬스가 된다
―――― 앨범 <CHRONICLE>이 발매된 해의 끝에 시무라씨의 부고가 도착했습니다. 그 후 3명은 남겨진 데모음원을 기반으로 다섯번째 앨범 <MUSIC>을 완성합니다. 어떤 마음을 안고 제작했나요?
카토 사명감이에요. '반드시 세상에 내놔야한다'는 마음으로 만들었어요.
―――― 그 후, 밴드명을 바꾸지 않고 3명이 활동을 계속한다는 발표를 합니다. 그 결단을 했을 때의 일을 알려주실 수 있으세요.
카토 후지패브릭이라는 밴드를 풍화시키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강했어요. 시무라군의 곡은 훌륭한데, 시무라군이 세상을 떠난 일로 잊혀지게 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그리고 저희들이 계속해가는 음악이 재미있다고 생각해주신다면 새로운 리스너들이 과거로 거슬러올라, 시무라군의 곡을 만나는 계기가 될 지도 모르잖아요. 그러니까 3명으로 계속하고 밴드 이름도 바꾸지 않기로 결정했어요.
―――― 3인체제가 되고 첫번째 앨범 <STAR>(6th 앨범)는 11년 9월에 발표됩니다.
카토 더듬더듬 길을 찾았죠.手探りでしたね。 다들 거침없이 덤벼들었었고, 의견도 상당히 나누면서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가장 고민했던건 가사였어요. 당시는 아무도 가사를 써본 적이 없었으니까 어떻게 손을 대면 좋을지 망설이던 때에 진심 브라더스의 사쿠라이(히데토시)씨가 저희들에게 강의를 하러 와줬어요. '이건 이런거야'라고 지시하는 게 아니라, '이런 시츄에이션일 때 이 사람은 어떻게 생각할까?'라고 어드바이스를 해줬어요. 이끌어준 느낌이죠. 지금까지 저희가 해온 음악을 만들어온 방법과는 또 다른, 새로운 길이 열리는 듯한 어떤 경험이 각자에게 있었던 앨범이었다고 생각해요.
―――― 흥미로운 것은 이전까지의 앨범들과 단절된 인상이 없다는 점입니다. 시무라씨의 숨결을 느낀다고 할까요.
카토 그건 그럴 거라고 생각해요. 시무라군과는 인디즈 시절을 포함해 7년정도 함께 있었으니까 영향을 받았다고 할까, 저희들의 일부가 되어 있어요. 저희들의 음악 속에 의식하지 않아도 들어오는 거죠. 그러니까 나눠서 생각하지 않아요. 시무라군이 세상을 떠나기 전에도 후에도, 저희들이 해온 음악은 같은 토양으로 이어진 거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 3인체제로의 라이브 활동을 거친 후 13년 3월에 일곱번째 앨범 <VOYAGER>가 발매됩니다.
카토 <STAR> 때 더듬어서 찾아낸 곳에서부터 한발짝이나 두발짝이나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던 앨범이라고 생각해요. 저희들에겐 아직도 이렇게나 많은 가능성이 있다고 느낄 수 있었어요.
―――― 전 12곡 중, 공동작품을 포함해 9곡을 카토씨가 작사하셨습니다.
카토 그렇게 많이 했었다니, 몰랐는데요 (웃음). 하지만 최근에는 야마우치군이 점점 표현의 폭을 넓혀오고 있고, 말하고 싶은 것도 가득 있는 모양이라. <CHRONICLE>때의 시무라군같은 모드일지도 몰라요. 우리 밴드는 '만들고 싶어'라고 하는 사람에게 '만들어 만들어'라고 맡기는 경향이 있거든요 (웃음) 지금은 다음 여덟번째 앨범 제작중인데요, 지금까지와는 또 다른 좋은 앨범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 시무라씨의 급서로부터 4년이 지나, 올해 데뷔 10주년을 맞았습니다. 카토씨가 지금 새삼 느끼는 '후지패브릭다움'은 어떤 부분일까요?
카토 사운드나 가사적인 부분보다도, 음악에 타협이 없다는 점일까요. 저희들 자신의 세계를 타협하지 않고 만들어내려고 하는 강한 마음이라고 생각해요.
―――― 앞으로의 10년, 어떤 식으로 보내고싶다고 생각하세요?
카토 싸우지 않는다면 좋겠죠 (웃음) 밴드가 없어지는 게 가장 해선 안될 일이고, 밴드가 계속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니까요. 10년 분의 추억을 담아가면서, 다음 10년을 위해서도, 부도칸공연은 성공시키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요. 하지만 별로 이상한 압박감은 없고 그저 기대가 되네요.
―――― 그런데 카토씨에 대해 찾아봤더니 이시카와 TV에서 고정 프로그램을 맡고 있다는 정보가 나왔는데요, 이건?
카토 이시카와 출신이라는 것도 있어서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중에 3분간 코너를 맡고 있거든요. 이시카와 현에 가지 않으면 볼 수가 없는데요. 맞다, 이 프로그램도 10년 이내에 전국구로 만드는 것이 제 개인적인 꿈인 것으로 지금 결정했어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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