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다는 실감을
음악과 사람 2014.03 no.238
ㅡ이미 취재가 있었어요?
"아뇨, 오늘이 처음이에요."
ㅡ어떤 이야길 할지 정했어요?
"전혀! 오히려 오늘 뭘 이야기하면 좋을지 스스로는 잘 모르겠어서요 (웃음)"
ㅡ그거 곤란한데요.(웃음)
"하지만 그 자체로니까요. 곡 그 자체. 그걸 어떻게 말로 설명할면 좋을지 하고."
ㅡ<FAB STEP>은 댄스라는 컨셉이 있었는데요.
"맞아요. 하지만 이번엔 그렇지 않으니까요."
ㅡ말하자면 이번 싱글의 출발점은 애니메이션(<은수저>)이지요.
"계기는 그렇죠. 하지만 이 타이틀이라던가 곡은 애니메이션의 내용하고는 관계없는 데서 생겨났어요. <FAB STEP>을 만들고 난 후에 어떤 곡을 지금의 제가 만들고 싶은지를 생각하고, 우선 곡의 타이틀만 생각나면 써 모아보기로 했었거든요. 150개던가."
ㅡ150? 그건 또 극단적인 방법이네요.
"그렇게 타이틀부터 생각하고. 그랬더니 <LIFE>라는 단어가 떠올랐거든요. 그게, 후지패브릭은 올해로 데뷔 10주년인데요, 저희의 10년엔 여러가지가 많았잖아요. 시무라군의 일이 있었고, 제가 10년동안 노래를 불러온 것도 아니지만, 밴드가 하나의 단락을 지나고 있는 건 확실하고요. 그렇다면 여기서 전부 토해봐도 괜찮지 않을까 하고. 그런 걸 생각했더니 <LIFE>라는 타이틀이 떠올라서."
ㅡ<LIFE>라는 단어로부터 태어난 곡이라는 거군요.
"하지만 <LIFE>라는 타이틀로 그대로 갈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었어요. 가제였으니까."
ㅡ자기 안에서 이 단어가 나왔다는 것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해요?
"...뭔가 이렇게, 슬렁슬렁 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한번에 끝내고 싶었달까."
ㅡ무슨 뜻이에요?
"말하고 싶은 걸 전부 내보이고 싶달까, 지금의 저를 내보이고 싶어요. <FAB STEP>을 만들고 난 후 뭔가 제 속에 남아있는 게 있다고 생각해서 그걸 전부 꺼내버리고 싶었어요."
ㅡ그게 왜 <LIFE>인가요?
"왜일까요....? 너무 당연해서 설명이 어려운데요. 거기서부터 한붓그리기처럼 만들어진 곡이에요."
ㅡ아, 한붓그리기같은 느낌이 있는지도 몰라요.
"그러니까 그 자체에요. 가사도 곡도 정말 몇시간만에 썼고. 뭐랄까, 그건 <FAB STEP>을 만들었을 때가 그랬는데, 떠올린 걸 그대로 하면 좋을텐데 굳이 주물러댄 느낌이었죠. 그렇게 했기 때문에 만들어진 작품이라는 것도 있겠지만, 좀더 곡이 퐁 하고 나온 그대로를 포장하고 싶었달까."
ㅡ곡에 대한 초기충동같은 걸 소중히 하고 싶다?
"그렇게도 말할 수 있을테지만, 음, 뭐랄까요? 뭔가... 책임감을 강하게 하고 싶달까."
ㅡ책임감?
"네. 곡을 만드는 사람에게 책임감이라던가 각오같은 게 있으면 제대로 그 사람의 얼굴이 떠오르는 듯한 곡이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다시 말해, 제 자신을 드러내고 싶어요."
ㅡ뭔가로 자기를 둘러싸지 않고.
"둘러싸지 않아요. 드러내고 싶어요."
ㅡ그럼 <LIFE>는 야마우치 소우이치로가 드러난 곡이군요.
"물론 후지패브릭의 곡이지만, 거기에 멤버 각각의 얼굴이 제대로 있다고나 할까."
ㅡ...뭔가 굉장하네요.
"뭐가요?"
ㅡ지금 자신이 해야하는 일에 대해 강하게 자각하게 됐어요.
"그렇....네요. 하지만 그게 자각하지 않으면 안됐달까. 시기적으로도 환경적으로도."
ㅡ자신이 왜 노래를 부르는 것인가, 왜 이 밴드를 하는 것인가. 그런 의미나 이유를 점점 골똘히 생각하는 일이 많아졌다고 생각하는데요. 작품을 만들 때마다.
"그렇네요."
ㅡ그러니까 책임감이라는 단어가 나오지 않았을까요. 그건 성실이라는 단어로 치환해도 괜찮다고 생각하는데요.
"네. 뭔가... 밴드의 밸런스같은 건 저절로 잡히는 거라고 생각하고 있고, 일부러 잡으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어딘가에서 밸런스를 잡으려고 하는 부분이 있었죠, 지금까지. 그래서 그걸 그만뒀으니까요. 의식적으로. 그건 아니라고 생각해서."
ㅡ좀더 자신을 드러내고 싶어졌다?
"그렇다고나 할까... 재미가 없어졌거든요. (웃음)"
ㅡ네?
"벌써 해봤기도 하고, 그런 느낌."
ㅡ그건... 밴드에 기대지 않겠다는 거?
"그런걸까나. 뭔가... 집에서 나오고 싶지 않거든요. 계속 집에서 자고 싶어요."
ㅡ이봐요!
"하, 할 맘이 없다는 게 아니구요. 오히려 곡을 만들고 싶은 의욕은 엄청나요. 진짜 엄청 의욕적이에요. 하지만 그걸 만들 때는 가능한 외부와 접촉하고 싶지 않달까요. 외부와 접촉하면 길을 잃을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예를 들면 '저 사람은 여기서 이런 플레이를 할 테니까 이렇게 하자' 같은 걸 생각하지 않고 만들고 싶어요."
ㅡ그런거였나요.
"쓸데없는 일을 생각하지 않고, 자기가 생각한 그대로 만들고 싶달까. 우선은 그걸 만든 다음에, 그에 대해서 멤버 2명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나중에 해도 된다 싶달까."
ㅡ그렇군요. 그만큼 개인으로서의 의식이 높아져서. 음악제작을 통해 자신과 대면하고 싶은 거군요.
"그렇죠."
ㅡ확실히 그런 노래네요, <LIFE>는. 그래서일까요, 굉장히 신선한 느낌이 들어서.
"정말로요?"
ㅡ소우군이 말한 것처럼, 후지패브릭이 어떨지 다른 멤버들이 어떨지 의식했더라면 아마 그렇게는 안 됐을거라는 직접 결정의 느낌이 있어서요. 그만큼 자기를 그대로 쓴 곡이구나 하고.
"응, 그렇죠. 저를 마주하고 노래하고 있으니까요."
ㅡ시선은 지금까지의 사진을 향해있습니다만, 하지만 그렇게 함으로써 지금의 자신을 일으켜세우려고 한달까.
"그렇네요. 그리고 <LOVE>라는 것도 말해보고 싶었으니까요."
ㅡ노래하고 있죠. 그래서 이건 소우군의 인생론이랄까. 그래서 <LIFE>인가 하고.
"음.... 저기, 굉장히 말하기가 어렵지만 <LIFE>는 지금부터 후지패브릭이 밴드로서 들고 갈 테마로 해도 좋을 정도가 아닐까 생각해서요. 그게 어떤 거냐면...... '산다'라고 할까, 다시 말해 'LIFE'입니다만."
ㅡ'인생'의 'LIFE'가 아니고?
"좀더 말하자면... 끝나고 싶지 않달까."
ㅡ'생명(命)'쪽의 'LIFE'인가요.
"맞아요. 지금 제가 음악을 하고, 그 한가운데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보면....이라고 할까 생각할 것까지도 없이 <LIFE>인 거죠. 살아있는 실감. 하지만 그걸 기다릴 수 있는 때와 기다릴 수 없는 때가 있잖아요. 그러니까 그게 앞으로 밴드로서의 제가 표현해갈 것들 중 하나로. 그게 전부는 아니지만, 무척 커다란 거라는 건 확실한 거죠."
ㅡ그것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말하지 않고 그대로 노래로 하고 싶었던 거군요.
"그러니까 설명할 도리가 없었달까, 그만큼 자연스럽게 이 곡이 만들어진 거에요."
ㅡ과연 그렇군요. 저기, 굉장히 무겁고 딱딱한 단어라고 생각하는데요, <LIFE>라는 건.
"그렇죠."
ㅡ하지만 곡은 그렇지 않잖아요? 방금 한붓그리기라고 말했는데, 정말 꾸밈없는 오가닉 사운드라고 생각하고, 가사도 제대로 애니메이션의 내용에 아주 가깝게 되어 있고. 그러니까, 독선적이지 않은 거죠. 오히려 듣는 사람에게 가까이 다가가있어요.
"그게 전부 자연스럽게 됐다는 점에서 겨우 후지패브릭의 음악이 됐다, 랄까요. 게다가 설교조가 아니고. 다시 말해, 좋은 곡이라고 생각되면 그걸로 됐달까, 오히려 그것만으로 충분해요. 자신을 꾸미지 않는 말로, 자기 안에 있는 걸, 그대로 형상화해서. 그것이 다만 '좋은 곡이네'라는 말을 듣는 밴드로 있고 싶어요."
ㅡ그렇게 생각하고 있으니까 설명하기 힘든거 아니에요? 이 싱글은.
"그렇네요. 그러니까 이 인터뷰를 읽고 '애매모호한 얘기를 하고 있잖아'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저 자신은 지금 굉장히 예민해져 있어요."
ㅡ다만 방금 스스로도 얘기한 것처럼, 올해는 데뷔 10주년이니까요. 그걸 아무런 설명도 없이 가만히 지나칠리는 없겠죠?
"그렇죠. 그걸 제대로 하지 않으면 저희들의 11년째 이후는 없을거라고까지 생각하고 있으니까요, 여러가지 예정 중인 일도 있으니까 해내야 해요. 맞아요, 그게 있으니까 이번에는 곡에만 집중하고 싶달까."
ㅡ과연. 작곡 이외의 일이 여러가지 있으니까 더욱이.
"그러니까 밖에 나가고 싶지 않은 거죠. 그래서 집에만 계속 있어요."
ㅡ집에서 뭐해요?
"....플라멩코 기타 연습이나 (웃음)"
ㅡ하하하하하! 어디로 가는 거야 후지패브릭은.
"재미있어요.(웃음) 그건 역시, 후지패브릭이 3명 체제로 되고 난 뒤부터 시간이 엄청난 스피드로 지나쳐버리니까. 그만큼 이것도 하고 싶고 저것도 하고싶은 게 점점 쌓여왔고, 게다가 여기저기 어질러진 상태거든요. 그러니까 지금 그걸 제대로 모양으로 만들고 싶은지도 몰라요."
ㅡ그런가요. 오늘의 소우군과 이야기하고 생각한건, 역시 데뷔 10년 이상 밴드를 하고 있는 사람의 언어다 싶달까.
"무슨 뜻이에요?"
ㅡ아마 20대 시절과 비교해보면, 지금의 소우군에게는 음악을 하는 이외에 여러가지가 늘어났을 거니까요.
"그러려나. 뭘까요?"
ㅡ그게 어른이 되어간다는 것인데요.
"......세금이라던가?"
ㅡ(웃음) 그것도 있고, 그리고 세상의 관습이나 사람들과의 어울림이라던가.
"알 거 같아요! 확실히 그게 늘어났죠."
ㅡ하지만 그게 어른이 되어가는 거랄까, 나이를 먹어가는 거니까요. 그런 혼란스러운 자신을 제대로 알고 싶어서 쓴 것이 <LIFE>인 걸까, 하고.
"그렇네요. 하지만 "10년이네요"라는 얘길 들어도, 지금 저는 갓 데뷔한 정도의 기분이라서요. 정말은 그렇지 않은데 말이죠. 계속 해왔는데요. 그래도 그런 기분으로 있고 싶어요."
ㅡ그러니까 지금 가장 자신이 말해두고 싶은 걸 말한 싱글, 이라는 걸로.
"그렇죠. 이 <LIFE>라는 곡이 올해 처음으로 나온 싱글로, '이것이 지금의 후지패브릭이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것으로는 됐다고 생각하고요, 이런 기세로 올해는 가겠습니다, 같은 곡."
ㅡ그걸로 됐지 않아요? 다음 취재부부터는 그렇게 설명하면 알기 쉬울지도.
"하지만 정말 스스로도 깜짝 놀랄 정도로 이 곡은 뭐라고 말하면 좋을지 모르겠어요. 평소 제가 이미지만으로 움직이고 있구나 싶네요."
ㅡ그렇지 않아요. 지금까지 가사에 자신을 대상화할 수 있었으니까요.
"그건 아마 노래라서 그럴 거에요. 문장이나 회화는 전혀 무리에요. 그러고보니 지난번에 오랜만에 일기를 쓰고 깜짝 놀랐다구요. '오늘은 이랬고 이랬고 여기에 갔습니다' 처럼 썼어요. 초등학생이냐! 하고 (웃음)"
ㅡ하지만 오늘의 소우군은 초등학생같은 거 아니에요?
"......그럴지도요. 집에 있고, 혼자서 음악을 무지 듣고 영화를 무지 보고 있으니까요. '봐야돼!'라는 강박관념이 아니구요. 진짜 좋아해서요!"
ㅡ뭐가요?
"영화도 음악도!"
ㅡ아하하하! 역시 초등학생이다!
"아뇨아뇨, 새삼스럽게 깨달았어요. 나 이거 좋아하는구나아아아! 하고."
ㅡ으아- 독자 여러분, 이런 남자의 있는 그대로를 쓴게 <LIFE>라고 생각해주세요. (웃음)
"하하하하! 그렇지만 지금 정말 제가 좋아하는 것만 하고 있는 기분이 드네요. 곡을 만들기 위한 인풋이라던가 핑계 좋게 스스로를 타이르고 있습니다만, 대개 하고싶은 것밖에 하지 않는 모드입니다."
가장 처음 갖는 인터뷰였기 때문일까, 작사작곡을 담당한 야마우치 소우이치로가 말하길, 댄스가 테마였던 전작 <FAB STEP>에 비해 이번 싱글 <LIFE>는 설명해야할 단어가 생각나지 않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그런 이유로 원고를 정리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이 있었던 인터뷰였으나, 그만큼 현재의 그는 순수히 음악과 마주하고 싶다는 욕구에 쫓기고 있는 것일 테다. 하지만 그런 자신을 작품 속에는 확실히 대상화하여 '돌아오지 않는 날들에 손을 흔들며 가는거야'라던가, '버리고 가는 것은 슬프지만/마음은 거기서부터 해방되어 가는거야'라던가, 데뷔 10주년을 맞이한 밴드의 상황을 시야에 넣으면서, 앞으로도 미래를 향해 나아가려고 하는 밴드의 소신을 표현하는 듯한 것을 노래하고 있는 것이다. 어떤 상대와도 조인할 수 있는 친화력과 사회성을 가진 한편, 상식이나 논리를 무시하고 자아를 고집하려는 어린애다움을 가진 남자. 지금까지의 야마우치는 그 사이에서 언제나 흔들흔들 서있어 어느 쪽으로 치우치는 일 없이 음악과 어울려 왔으나, 이 싱글과 이번 이야기에 따르면 아무래도 올해의 그는 그렇지 않을 것 같다. 자아, 어떻게 될까. (글=히구치 야스유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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